Butterfly x Rabbit

유키리사

와, 진짜 오늘도 존나 예쁘시다……. 말해 뭐할까. 당장 하네오카 고교에서 제일 잘 꾸미는 예쁜 사람 어워드를 연다면 다수의 몰표를 받고 한 손에 꼽힐 유명인이 바로 이마이 선배다. 나 말고도 좋아하는 애들이 한 트럭이었다. 어쩌다 스쳐 지나가기라도 할 때면 힐끔힐끔 시선을 주체 못했는데, 운 좋게 눈이 닿으면 선배는 원래도 말려 올라가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때는 할로윈을 넘긴 어느 가을 날. 몹시도 상기 된 얼굴로 연습을 마치고 나온 로젤리아에게 달려온 마리나 씨는, 과연 대사건이라고 할 만한 소식을 물어다 주었다. “라디오?” 의외라는 듯 눈썹을 씰룩이는 유키나를 보며 마리나 씨는 응! 하고 제가 더 신나 주먹을 크게 말아 쥐었다. “무려 로젤리아 특집이라구, 물론 너희가 출연을 승낙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

리사의 기묘한 하루 시리즈 1부

딱히 계기랄 건 없고,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다가 내일이 23일이라는 것이 퍼뜩 떠올랐다. 5월의 23일. 바로 키스데이다! 나른한 몸이 벌떡 일어나 앉을 만큼 군침 도는 이벤트였다. 대놓고 애정행각 하라고 판이 깔리는데 참여하지 않을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솔로들 빼놓고. “유키나랑 뽀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좋아서 그 자리에서 죽어버릴지도...

“유키나쨩.” “응?” “좋아해!” “응, 나도 리사쨩이 좋아.” “그럼 이건?” 리사가 뒷짐을 진 채로 웃었다. 보조개가 수줍게 폭 파인다. 코를 맞댄 운동화 뒤꿈치를 살짝 들어 올린 리사는 유키나에게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 “사랑해.” 유키나의 눈이 커졌다. 아직 열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좋아해와 사랑해의 차이는 알았다. “좋아해”는 우리끼리 해도 되...

중학교를 졸업하고 며칠 후, 리사는 외출에 나섰다. 디자인이 예뻐서 샀으나 허벅지 반을 드러내는 길이에 실착용 한 적은 없는 스커트를 입고 길이 들지 않은 새 구두를 신었다. 친구들이 발뒤꿈치가 까질 것이라고 겁을 줘서 미리 반창고도 붙였다. 누굴 만나러 가는 건 아니었고, 혼자 전철을 갈아타며 번화가에 도착했다. 불안하게 스마트폰 어플로 켜둔 지도를 힐끔...

고등학생이 되고 처음 맞이하는 여름 방학이었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바다를 필두로 한 여러 곳을 놀러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고, 품절 날 것을 대비하여 수영복과 원피스 등도 미리 구매해놨다. 그러나 운 나쁘게도 방학 전날, 리사는 학교 계단에서 굴러 다리를 다치고 말았다. “장하다, 장해. 방학 전날 다리나 부러져서 오고.” “엄마도 참. 그냥 인대 늘어난 ...